09-26-2024
우리는 고민한다. 양재천의 돌다리처럼, 하나를 껑충 넘어서면 허무함을 느낄 새도 없이 다음 고민에 내려앉는다. 뻔히 어떤 고민에 취해 내가 좋다고 고백한다. 아마 그때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물가에 앉아 달을 보며, 담배 같은 것을 태우고 있을 테다. 이런 곳에서의 솔직함은 부끄럽지가 않다—는 합의의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어떤 마음을 나누고자 할 때에는 그럴 만한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욕심이 있으면 겁을 내기 마련이다.
물론 나도 고민의 작용으로 내게 고백을 늘어놓는 그의 역할을 취했을 때가 있다. 내 옆사람도 그렇고, 그 옆 사람도 그러하다. 분명 지금 내게 말을 하는 이 또한 반대의 입장에서 난처함을 느낀 적이 있을 테다. 기억은 이럴 때 피곤하게 작동한다.
번거롭게도 우리는 다른 지점의 서로를 닮았다. 어떠한 특별함도 없다는 것이 결국 내게 상냥함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손을 꼭 잡아주고, 기꺼이 어떤 계기나 수단이 되어줄 의무가 있다. 다만 모두가 특별하다는 말은 거짓이라 하지 못하겠다. 특별함이 없다는 말도 내 진심이 아니라서 하지 못하겠다. 그로써 나를 초라한 고민의 돌다리 위에 서 있게 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인간의 사랑은 특별함을 지키는 데서부터 포기되는 권위로 증명됨. 그것을 느끼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