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3-2024

유독 말씨름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말씨름을 즐긴다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굳건한가에 대해 유려하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을 통해 세계관을 굳건히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서는 동그랗게 앉는다. 서로의 세계관을 존중할 때에는 즉물적인 사이 공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말에 덩어리감이 있다. 그것을 둘러 앉는다. 마치 아레나에 앉아서 검투를 구경하듯이 말이다. (‘아레나’라는 어휘가 잡히는 까닭은 최근 S가 나의 그림을 아레나와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공간의 균열을 내는 것은 권위의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속해 있는 말씨름을 좋아하는 모임에는 그런 권위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림은 균열을 내도 되지만, 사람이 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대화의 긴장감! 우리는 말의 교환 이상의 감각을 얻어가고 있다. 서로의 세계관을 확인받고 있다.

아니, 오해는 없으면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나는 유아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직관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겁도 없이 말이다. 나는 용감한 사자자리. 좌절의 순결조차 잃은 적이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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