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2023

안녕, 이런저런 글을 읽다가 네가 말하는 공회전이 떠올라서 문자를 보내. 너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네가 말하는 공회전(idling)이라는 어휘는 어떻게 쓰게 된 거야?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을 받은 건지 다른 자료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알고 싶어.

안녕하세요! 바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저는 공회전이라는 말이 처음 떠올랐습니다. 한글로 처음 떠올린 이 말을 분석하자면, ‘비어있음’과 ‘회전’이라는 뜻이 결합된 파생어인데, 그것이 주는 모순의 인상이 흥미로웠어요. 회전이라는 것이 이동을 꼭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어있다는 것이 역설이라는 즉각적인 착각이 재밌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꼭 저희가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도 소통이 보장된 것이 아닌지만은 소통 없는 대화라고 하면 실패한 대화라고 생각하듯이요.

[…]

카벨을 읽는데 어려움은 그가 굉장히 공회전하듯이 글을 써서, 끝에는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그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같네요.

재밌네 - 그런 같아. 

제니퍼 마자, 전 석사 논문 지도 교수님과의 문자 내용 중

Previous
Previous

08-14-2023

Next
Next

07-25-2023 별을 세고, 생을 느끼고자 뚫은 천장에 빠진 사람의 발이 요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