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2023

나는 서울에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잠을 조금 자고 일어나서 펼쳐 안은 책으로 명치를 꾹꾹 누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도 뉴욕도 아닌 망망대해 대기 어느 곳에서는 아무렇게나 감정에 쓸려버려도 될 거 같았다.

요즘 하는 생각은(더 정확히는 다시, 또다시 회귀한 생각은) 사람들은 서로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아는 만큼 상대를 알 수가 있고, 반대로도 그렇다. 나를 아는 것과 타인을 아는 것의 정도에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그저 증거를 창출하기 위한 공생의 목적으로 몸이 나뉘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최근 대화들을 통해 대체로 거울 치료를 하고 놀라 튕겨 나가서는 그 반대로 행동하려고 하다가, 또 그것을 비추는 거울을 들이미는 사람을 물리치는 일을 반복했다. 거울이 너무 많아서, 죄인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죄의 무게 또한 차별화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자유를 빼앗고 숨을 꾹 눌러 막는 일이다. 다만 그런 수많은 거울을 대면하고 살아가는 것이 위로되기도 한다. 누군가 보고 싶을 때 나를 통해서 그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서로 그다지 다르지 않음.’ 이 덕에 나는 누구도 이제 그리울 이유가 없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1년 전 같은 뉴욕에서 서울에 가는 비행기에서, 슈나우저 이야기를 하며 적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적고 나는 한동안 회귀하지 않았었던 것. 그것을 희망으로 여겨도 되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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